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중국의 희토류 통제 정책이 불러올 경제적 파장

by 둔팅우여우 2025. 10. 16.
반응형

희토류

 

희토류(稀土類)는 지구상에 널리 분포해 있지만, 경제적으로 채굴 가능한 형태로 존재하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다. 스마트폰, 전기차, 반도체, 군사용 장비 등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로 쓰이기 때문에 ‘21세기의 석유’라고 불린다. 이러한 자원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동시에 가장 효율적으로 정제할 수 있는 나라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60~70%를 차지하며, 정제 능력은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런 압도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 희토류 수출 규제를 강화하며, 경제적·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 정책은 단순한 수출 제한을 넘어, 세계 공급망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첨단 산업 경쟁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이 시간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 정책이 세계 경제에 어떤 현실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1. 공급망 불안과 제조비용 상승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가장 먼저 공급망 불안정을 초래한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풍력터빈, 반도체, 스마트폰 등 거의 모든 첨단 제품에 들어간다.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 미국·일본·한국 등 제조국은 필수 원자재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게 되고 생산 일정이 지연된다.

특히 반도체 장비나 전기차 구동 모터 등은 대체 소재가 거의 없어, 가격과 납기가 동시에 불안정해진다. 이러한 공급 차질은 결국 제조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희토류 가격이 급등하면, 기업은 생산단가를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더 비싼 스마트폰, 전기차, 가전제품을 구매하게 되고,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킨다.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불안과 가격 급등을 초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세계 경제 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희토류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비용 구조를 흔드는 핵심 변수가 된다. 중국의 한마디 발표만으로도 국제 시장의 가격이 요동치며, 이는 각국의 산업 정책과 투자 방향을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2. 각국의 대응 전략과 신(新) 자원 전쟁

 

중국의 통제 강화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은 ‘탈(脫) 중국 희토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광산 재가동과 함께 호주, 캐나다 등과 협력해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일본은 해저 희토류 개발과 재활용 기술 강화에 나섰다. 한국 또한 희토류 재활용 기술 및 대체 소재 개발에 대한 정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 어렵다. 희토류 정제에는 고도의 기술과 오랜 기간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환경오염 문제로 인해 정제 공정을 선진국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당분간 중국의 공급 영향력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새로운 형태의 ‘자원 전쟁(Resource War)’을 촉발하고 있다. 과거 석유를 둘러싼 중동 중심의 경제전쟁이 있었다면, 이제는 희토류를 둘러싼 기술 중심의 자원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각국은 기술력, 동맹, 자원 확보 전략을 결합해 국가 안보와 경제 생존을 동시에 지키려는 싸움에 들어선 셈이다. 이 과정에서 서방 동맹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고, 중국은 브릭스 국가들과 협력해서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3. 한국 경제에 미치는 현실적 영향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산업은 희토류 의존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중국의 수출 제한은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소재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 완성품 생산이 지연되고, 이는 글로벌 거래처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희토류 가격 급등은 중소·중견 제조업체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 대기업은 일정 부분 재고와 대체 공급망을 통해 대응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원자재 구매 단가를 견디지 못해 생산량을 줄이거나 수익성을 잃는 경우가 많다. 이는 고용 위축, 투자 축소 등으로 이어져 내수경제의 체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국은 희토류 문제를 단순한 ‘자원 이슈’가 아닌 경제안보 차원의 문제로 다뤄야 한다. 정부 차원의 전략 비축, 해외 공동개발 투자, 희토류 재활용 기술 상용화 등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 정책은 단순한 무역 규제나 정치적 카드가 아니라, 세계 경제 구조를 재편하는 전략적 도구다. 희토류는 첨단산업의 심장부에 놓여 있기 때문에, 중국의 한 번의 통제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흔들 수 있다. 각국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단기간에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기술력과 자원 확보 능력을 결합한 국가들만이 새로운 산업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역시 이 흐름 속에서 ‘기술 중심 국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원 확보 능력을 갖춘 기술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 희토류는 단순한 광물이 아닌, 미래 산업의 핵심이자 국가 경쟁력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