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는 현대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자원이다. 스마트폰, 전기차, 반도체, 군사용 레이더 등 거의 모든 첨단 기술의 핵심 소재가 희토류에서 비롯된다.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이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는 단순한 ‘수출 강국’을 넘어서 자국 내에서 희토류의 고도화된 생산 및 가공 체계를 확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원 확보 차원이 아니라, 산업 구조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 환경 파괴, 지역 간 불균형, 해외 기술 의존, 그리고 국제 사회의 견제 등이 복잡하게 작용하면서 중국의 희토류 전략은 내부적으로도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이 시간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생산 확대 의도를 세 가지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한 ‘전략 자원’ 확보
첫째, 중국은 희토류를 단순한 광물 자원이 아닌 산업 경쟁력의 핵심 무기로 인식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췄지만, 부가가치가 낮은 조립 산업에 집중돼 있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희토류를 활용해 첨단소재,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항공·우주 산업 등으로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기술력의 불균형이다. 희토류 채굴과 1차 정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밀 가공 및 고순도 분리 기술은 여전히 일본, 미국, 유럽 등에 뒤처져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단순히 광물을 캐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체 기술 개발과 장비 국산화를 통해 희토류의 ‘산업 사슬 완결형 구조’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 기술 투자 비용이 막대하고, 관련 인력 양성도 더디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내 일부 희토류 기업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운영되며, 수익성보다는 ‘국가 프로젝트’ 성격이 강하다. 이런 구조는 장기적으로 산업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 환경 파괴와 지역 경제의 불균형
두 번째 문제는 환경과 지역 불균형이다. 희토류 광산이 집중된 내몽골, 장시, 쓰촨 지역은 심각한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희토류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폐수와 중금속 오염은 토양과 하천을 오염시키며,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건강 피해까지 보고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정제 기술 개발’과 ‘생산 허가제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방 정부와 기업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불법 채굴과 오염 누락 보고가 여전히 빈번하다. 특히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수록 지방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환경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희토류 산업은 중국 내 경제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희토류가 채굴되는 지역은 대부분 농촌이나 소외된 내륙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중앙정부로부터의 기술 지원은 부족하고, 채굴 이익은 대부분 대형 국영기업으로 흘러간다. 결국 지역 주민들은 토지와 생계를 잃고, 경제적 혜택은 받지 못하는 ‘자원 저주(Resource Curs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3. 국제 경쟁과 외교적 리스크
세 번째로, 중국의 희토류 전략은 국제 정치적 리스크를 동반한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군수 산업 등과 직결되기 때문에, 미국과 유럽은 중국의 공급 독점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호주, 캐나다, 베트남 등과 협력하여 ‘비(非) 중국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으며, 일본도 이미 희토류 재활용과 대체 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움직임은 중국의 시장 지배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거나 통제 카드를 사용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국제 가격이 급등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각국이 탈중국화 전략을 가속화하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 자신의 산업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외교적으로도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는 신뢰 문제를 야기한다. 무역 상대국들은 중국을 ‘불안정한 공급자’로 인식하게 되고, 이는 다른 분야의 경제 협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중국이 희토류를 통해 얻는 단기적 이익보다, 잃게 되는 국제적 신뢰와 협력의 손실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중국의 희토류 생산 확대는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선 전략적 선택이다. 산업 경쟁력 강화, 자원 주권 확보, 글로벌 영향력 확대라는 세 가지 목표가 결합된 결과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환경 파괴, 기술 불균형, 지역 불평등, 그리고 국제적 갈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공존한다.
중국이 진정한 희토류 강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많이 캐내는’ 전략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산 체계와 국제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중앙정부의 통제 강화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기술 협력, 지역 주민과의 상생 구조가 중요하다.
결국 희토류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산업 방향을 비추는 거울이다. 중국이 이 자원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의 질서와 기술 패권의 향방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