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라는 말은 헌법과 인권 선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이 문장은 추상적이거나 철학적인 개념으로만 느껴질 때가 많다. 실제 삶의 현장에서는 존엄성이 지켜지기도 하고, 반대로 쉽게 무너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결국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 즉 생존·자율·존중이 동시에 보장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존엄성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기준으로 작동한다. 법과 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복지 정책이나 차별금지법 같은 제도 역시 존엄을 지키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난, 차별, 폭력 등으로 인해 존엄성이 침해되는 현실은 존재한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은 이론이 아닌 구체적 현실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 시간에서는 존엄성의 의미와 권리 보장, 현실 속 위협 사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조건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존엄성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삶의 필수적 토대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 존엄성의 기본적 의미와 권리 보장
인간의 존엄성은 모든 인간이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뜻이다. 철학자 칸트는 인간을 “목적 그 자체”로 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인간을 물건처럼 다루지 말라는 의미다. 이러한 사상은 현대 헌법과 인권 규범에 깊이 반영되어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존엄성은 구체적으로 권리 보장을 통해 드러난다. 교육을 받을 권리, 일할 권리,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모두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아플 때 누구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 장치이며, 이는 곧 “아무리 가난해도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존엄성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존엄성은 자율성과도 깊이 연결된다. 단순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존엄을 지킬 수 없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신념에 따라 행동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존엄성은 생존권과 자율권을 동시에 포함하는 복합적인 가치라 할 수 있다.
2. 현실 속에서 존엄성이 위협받는 사례
존엄성은 선언문 속에서 언제나 보장된다고 말하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쉽게 침해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제적 빈곤이다. 의식주가 충족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인간이 존엄을 지키기 어렵다. 한국 사회는 경제적으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노인 빈곤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후에 기초연금이나 자녀의 지원 없이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현실은 존엄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또 다른 위협은 차별이다. 성별, 연령, 장애, 출신 지역, 학력, 외모 같은 이유로 차별받을 때 사람들은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직장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승진이 막히거나, 장애인이 이동할 수단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는 존엄성을 훼손하는 구체적 사례다.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이어지는 것도, 존엄성이 단순히 제도적 글귀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서 지켜져야 함을 보여준다.
존엄성은 폭력과 무시로도 무너진다. 가정 폭력으로 고통받는 아이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는 직장인, 인터넷에서 혐오 발언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온라인 폭력은 개인의 심리적 존엄까지 흔드는 문제로, 사회 전체가 심각하게 다뤄야 할 주제다. 존엄성이란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답게 대우받는 문제임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3.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조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면 사회가 법과 제도, 문화와 의식을 통해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은 법과 제도의 보장이다. 차별을 금지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는 법적 장치는 존엄성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인간다운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소한의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두 번째 조건은 교육과 인식의 변화다. 법과 제도가 존재해도 사회 구성원의 의식이 따라가지 않으면 존엄성은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렵다. 서로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태도, 약자를 배려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아야 한다. 예컨대 학교에서 인권 교육을 강화하고, 기업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존중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 때 존엄성은 일상 속에서 뿌리내릴 수 있다.
세 번째 조건은 개인의 책임과 사회적 연대다. 존엄성은 나 혼자만의 권리로는 완전하게 지켜지지 않는다. 내가 타인의 존엄을 존중할 때, 나의 존엄도 함께 지켜진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부와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존엄성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이다. 사회 구성원 전체가 서로의 존엄을 지켜주는 연대가 있을 때 존엄성은 더 확고하게 유지된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모든 사람이 단순한 도구가 아닌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빈곤, 차별, 폭력으로 인해 존엄성이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따라서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강화, 교육과 문화의 성숙, 개인과 공동체의 책임 있는 실천이 모두 필요하다.
존엄성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삶의 조건 속에서 드러난다. 기초적인 의식주가 보장되고, 누구나 차별 없이 대우받으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자유가 있을 때 인간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다. 존엄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결국 불평등과 갈등으로 흔들리지만, 존엄성을 지키는 사회는 더 안정되고 건강한 공동체로 나아간다.
결국 존엄성은 사회 발전의 기준이자 개인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우리 모두가 존엄성을 존중하고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인간다운 삶은 현실이 된다. 이는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성숙을 이끄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