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원래 뜨겁고 자유로운 에너지, 가능성, 열정 같은 긍정적인 단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들에게 ‘청춘’이란 말은 오히려 무겁고 피곤하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에서 기대하는 청년의 모습과, 실제 청년이 처한 현실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 애들은 생각이 없다”, “노력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청년 본인들은 불안한 경제 상황, 불공정한 기회, 미래 없는 노동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청년들이 무거운 짐을 떠안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 시간에서는 현실적인 세 가지 측면, 즉 1) 경제적 고립, 2) 정체된 사회이동 사다리, 3) 관계 단절과 정서적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청년들이 오늘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진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1. 버티기조차 어려운 청년의 경제 현실
오늘날 청년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는 단연 ‘돈’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더라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우며, 비정규직, 계약직, 단기 아르바이트가 일상입니다. 월세와 식비만으로도 소득의 절반 이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자산 형성은 요원합니다. 청년층 자산의 70% 이상이 ‘0원 이하’라는 통계는 더 이상 놀랍지 않습니다.
또한 청년층의 부채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심각합니다. 학자금 대출, 카드론, 마이너스 통장 등을 통해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버티는 방식은 결국 중장년이 되었을 때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의 청년지원정책이 일부 있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고용시장과 주거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는 아예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고, ‘나만의 생존 전략’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강합니다. 자영업을 시작하거나,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돈보다도 ‘지속 가능한 삶’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압박 속에서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는 노력은 분명 존재합니다.
2. 막혀버린 계층 이동, 닫혀버린 가능성
과거에는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은 기회 자체가 불공정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이 곧 자녀의 출발선이 되고, 금수저와 흙수저의 격차는 해마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력보다 배경이 결과를 결정한다는 체념이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수도권 대학 중심의 학벌주의, 스펙 경쟁, 인턴 경험 등은 사회 진입의 첫 단추부터 계층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여기에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들어가더라도 승진과 정년이 불투명하니 ‘중산층’으로의 이동은 더더욱 요원합니다. 청년 세대는 이미 출발선부터 포기하고, 현실에 적응하는 생존형 자세로 밀려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청년들의 열정과 도전을 억누르는 주된 원인이 됩니다. 자칫하면 실패의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모험을 꺼리고 안정만 추구하는 소극적인 태도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MZ세대는 이기적이고 이타심이 부족하다’는 오해로 이어지지만, 실상은 위험을 감당할 여유조차 없는 사회적 배경이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3. 연결되어 있지만 외로운, 감정의 단절
청년들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영상 콘텐츠를 통해 언제든 재미를 소비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정서적 고립감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지만, 현실에서 속마음을 터놓고 공감할 수 있는 관계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친구·연인·가족과의 유대감이 약해지면서 ‘관계 단절’은 청년들이 겪는 새로운 형태의 외로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직장 내 인간관계는 경쟁과 위계 속에서 소통이 어려우며, 연애는 시간과 비용, 감정 소모 때문에 기피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관계’ 자체가 하나의 부담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감정적 고립은 정신건강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안, 우울,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으며, 정신과 진료나 상담센터를 찾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남아 있어 적극적인 치유로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청년들은 외로움조차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겪는 문제는 단순히 한 세대의 이슈가 아닙니다. 그것은 곧 사회 전체의 방향성과 지속 가능성을 시험하는 거울입니다. 청년이 무너지면 그 사회의 미래도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청년을 향한 책임은 청년 개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기성세대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을 단순히 ‘의지가 부족한 존재’로 몰아가지 않는 것입니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버티고, 고민하고,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데 있으며, 사회가 이 점을 직시해야 합니다.
청년은 변화를 꿈꾸는 세대입니다. 하지만 그 꿈이 현실과 충돌할 때, 희망이 아닌 체념으로 바뀌는 순간을 우리는 막아야 합니다. 청년이 기회를 체감할 수 있는 사회,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진정한 청년 존중 사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