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결혼은 인생의 필수 코스처럼 여겨졌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잡고, 그다음엔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흐름이었죠. 그러나 요즘 청년들에게 결혼은 ‘선택’이 되었고, 때로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단순히 연애를 하지 않아서 결혼을 미루는 것이 아니라, 결혼 그 자체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와 고민이 깊어진 것이죠.
이는 단순한 유행이나 가치관의 변화 때문만은 아닙니다. 결혼이 주는 경제적 부담, 역할 기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 복합적인 현실 문제들이 결혼을 '감정적인 선택'이 아니라 '전략적인 결정'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즉, 결혼은 더 이상 '사랑하면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 된 것입니다. 이 시간에서는 청년들이 결혼을 바라보는 시선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는 경제적 부담, 둘째는 개인 시간과 자유에 대한 가치관 변화, 셋째는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한 인식 변화입니다. 이 세 가지를 통해 결혼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솔직한 현실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1. 경제적 부담: 결혼은 곧 빚이라는 인식
오늘날 청년들이 결혼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돈’입니다. 웨딩홀 비용, 예물, 예단, 신혼여행, 신혼집 등 결혼을 준비하는 데 드는 비용은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취업 후도 빚을 안고 시작하는 상황에서 결혼 비용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재정적 공포'로 다가옵니다.
특히 주거 문제가 가장 큰 부담입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신혼집 마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부모의 지원 없이는 집 한 칸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죠. 하지만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것도, 서로의 경제 수준에 따라 눈치를 보는 것도 청년들에겐 큰 스트레스입니다. 그래서 아예 결혼 자체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결혼 이후의 경제적 삶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맞벌이를 해도 빠듯한 세상에서 아이까지 낳고 키우려면 생활비, 교육비, 육아 비용 등 감당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처럼 결혼은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경제적 의무의 시작’으로 느껴지고, 이로 인해 많은 청년들은 결혼을 '계산해야 할 문제'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2. 자유와 자아실현: 내 시간을 지키고 싶다
현대 청년들은 이전 세대보다 자기 자신을 위한 삶에 높은 가치를 둡니다. 일과 삶의 균형, 자아실현, 취미와 여행, 휴식의 중요성 등은 과거 어느 시대보다 더 강조되고 있으며, 결혼이 그 균형을 해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단순히 ‘귀찮다’ 거나 ‘책임지기 싫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결혼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요구하는 제도입니다. 특히 여성에게는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역할이 기대되고, 남성에게는 ‘가장’으로서 경제적 책임이 묵묵히 부과되곤 합니다. 이런 역할 강요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청년들은 이런 구조 안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될까 봐 두려워합니다.
또한 혼자 살아도 불편함이 없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삶이 충분히 풍요롭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혼자 집을 꾸미고, 원하는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며, 타인의 간섭 없이 나만의 루틴을 만드는 삶. 이런 삶의 방식은 이미 많은 청년들에게 ‘정상적인 삶’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결혼이 오히려 이 자유를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는 매우 현실적입니다.
3. 제도로서의 결혼에 대한 회의
요즘 청년들은 단순히 결혼 자체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과연 법적 관계를 맺는 것이 사랑을 지켜주는 수단인가? 왜 꼭 혼인 신고를 해야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가족이 되는가? 이런 질문들은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의문이었지만, 지금은 매우 자연스러운 고민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결혼이 ‘사회적 안정’보다는 ‘개인의 구속’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결혼 이후의 삶이 오히려 불안정해졌다는 데 있습니다. 이혼율은 높아지고, 가정 내 갈등이나 가사 분담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관계의 리스크’로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청년들 사이에서는 “연애는 좋지만, 결혼은 부담”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오고 갑니다.
또한 다양한 삶의 형태가 사회적으로 점점 더 인정받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칩니다. 동거, 비혼, 나 홀로 육아, 반려동물 가족 등 전통적인 결혼 제도와는 다른 방식의 삶이 존재하고, 그것이 더 이상 이상하거나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청년들은 굳이 결혼이라는 틀에 갇힐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이지, ‘제도적 안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단순한 유행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의 청년들이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경제적 부담, 자아실현의 가치, 결혼 제도에 대한 회의 등은 그들이 결혼을 쉽게 선택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들입니다. 그리고 이는 충분히 타당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이유들입니다.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것이 무조건 나쁜 것도 아니고, 결혼을 선택한 사람이 특별히 옳은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각자의 삶에 대한 주체적인 태도입니다. 청년들이 결혼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을 한다면 그것이 곧 성숙이고 독립입니다.
앞으로의 사회는 결혼 여부로 사람을 판단하기보다는, 각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식에 더 많은 존중을 보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결혼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솔직하고 현실적인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