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단순한 화폐가 아니라, 각자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특히 어릴 적부터 형성된 돈에 대한 습관과 생각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우리의 경제적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나는 한참 경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어린 시절, 부모님과 환경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돈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익힌 작은 습관 하나하나가 지금의 ‘돈을 다루는 방식’을 만드는 데 중요한 씨앗이 되었음을 느낍니다.
이 시간에서는 내가 어릴 적부터 배우고 익혀온 세 가지 돈 습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그 습관은 나도 모르게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소비 패턴, 저축 방식, 심지어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1. "돈은 아끼는 것이 미덕이다"는 절약 중심의 사고방식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늘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외식은 특별한 날에만 가능했고, 새 옷을 사는 일도 손에 꼽을 만큼 드물었습니다. 부모님은 항상 "아끼는 것이 버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그 말을 마치 좌우명처럼 새기며 자랐습니다. 용돈을 받으면 무조건 아껴야 했고, 쓰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돈을 ‘써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소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성향이 형성되었습니다.
이 절약 습관은 어느 정도까지는 유익했습니다. 친구들이 계획 없이 돈을 쓰고 후회할 때, 나는 항상 비상금을 챙겨두는 타입이었고, 물건을 사기 전에는 가격 비교부터 철저히 했습니다. 덕분에 크고 작은 위기 상황에서도 나는 비교적 안정적인 재정을 유지할 수 있었고, 신용카드 빚 없이 생활해 온 것도 이 습관 덕분입니다.
하지만 절약 중심의 사고는 소비에 대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돈을 쓰는 순간마다 “이게 꼭 필요한가?”를 지나치게 고민하게 되었고, 즐거운 지출조차 ‘사치’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나를 위한 투자, 예를 들면 책을 사거나 교육에 돈을 쓰는 일에도 지나치게 인색해졌던 시기가 있었고, 그것은 나의 성장에 제약을 주기도 했습니다.
2. "돈 이야기는 조심해야 한다"는 침묵의 문화
우리 가족은 돈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화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누가 얼마를 벌고, 어떤 지출이 있었는지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부모님 역시 경제 상황에 대해 감추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나 역시 돈은 ‘속으로만 고민하는 것’으로 배우게 되었고, 친구나 연인에게도 내 돈 사정이나 재정 계획을 털어놓는 게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침묵의 문화는 나에게 ‘돈은 부끄러운 주제’라는 무의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연봉 협상이나 이직을 위한 금전적 조건을 논의할 때, 당당하게 내 가치를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치 돈을 요구하는 것이 이기적이고 무례한 행동처럼 느껴졌던 것이죠. 그래서 적정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참고 넘어가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돈 이야기를 터놓고 할 수 있어야 경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최근에는 친구들과 지출 관리법, 재테크 경험 등을 솔직히 나누며 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나가고 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돈을 말할수록 돈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내가 돈을 다루는 입장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3. "큰돈은 나와 상관없다"는 한계 설정
어릴 적부터 들었던 말 중 하나는 "우리는 그런 큰돈 만질 일이 없어"였습니다. 부모님은 늘 현실적인 삶을 강조하셨고, 꿈보다 안정적인 직장을 선택하길 원하셨습니다. 덕분에 나는 ‘큰돈’이나 ‘부자’라는 단어를 남의 이야기로 여겼고, 경제적 자유 같은 개념은 너무 먼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사회초년생 시절에도 나는 항상 ‘내 월급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습니다. 월급 외의 수익을 낸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고, 투자는 위험하다고만 배워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늘 일과 돈을 1:1로만 연결시키는 사고에 머물렀던 것이죠.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사고방식을 바꾸려 노력 중입니다. 부업을 시작하며 ‘내가 추가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구나’라는 감각을 익히고, 투자 공부를 통해 돈이 스스로 일하게 만드는 구조를 실험 중입니다. ‘큰돈은 나와 상관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도 자산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키우는 것이 지금 내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삶의 변화입니다.
어릴 적부터 내가 배운 돈 습관은 때로는 나를 보호했고, 때로는 나를 가로막았습니다. 절약은 안정감을 줬지만, 지나치면 나를 옥죄었고, 침묵은 분쟁을 줄였지만 소통을 막았습니다. ‘큰돈은 나와 상관없다’는 생각은 현실적이었지만 동시에 가능성을 닫는 제약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나는 어릴 적 습관을 무조건 따르지도, 무시하지도 않습니다. 그 습관들을 돌아보고, 나에게 유익한 것은 이어가고, 제한적인 생각은 수정하며 삶을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돈을 잘 다룬다는 건 많은 돈을 가진다는 것이 아니라, 돈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어릴 적 경험을 돌아보는 글쓰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지금의 나처럼, 돈에 대한 나의 뿌리를 성찰하며 새로이 길을 만들어 가는 모든 사람에게 이 글이 작지만 따뜻한 시작점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