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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00년 무이자 국채 발행 가능성

by 둔팅우여우 2025.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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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은 막대한 재정 지출과 국채 발행을 통해 경제를 운영해 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물가 상승, 금리 인상, 재정 적자 확대 등으로 인해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과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이 초장기 국채, 특히 100년 만기 국채 혹은 무이자 국채(zero-coupon bonds) 발행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는 ‘100년 무이자 국채’라는 개념까지도 꺼내며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전통적인 금융 관점에서 보면 100년 무이자 국채는 비현실적인 개념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처럼 독보적인 신용도와 기축통화를 보유한 국가라면, 이러한 파격적인 아이디어조차 단순한 상상이 아닌 정책적 실험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런 국채가 실제로 발행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어떤 목적과 결과를 예상할 수 있을까요? 이 시간에서는 미국의 100년 무이자 국채 발행 가능성을 세 가지 측면에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100년 무이자 국채란 무엇인가?

 

먼저 ‘100년 무이자 국채’의 의미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100년 국채는 만기가 100년에 달하는 초장기 국채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이자(쿠폰)를 지급하는 형태로 발행되지만, ‘무이자(zero-coupon)’ 형태로 발행될 경우, 만기까지 이자를 전혀 지급하지 않고 원금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해 수익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액면가 1,000달러짜리 100년 무이자 국채를 100달러에 판매하면, 투자자는 100년 후에 1,000달러를 상환받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 경우, 이자 지급이 없어 정부의 현금 유출은 발행 시점에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높은 할인율에 따른 상환 리스크를 감수해야 합니다. 이러한 국채는 일반적인 국채보다 시장에서 변동성이 크고,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무이자 형태로 100년 만기를 설정한다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는 단기적 유리, 장기적 부담이라는 평가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구조가 언급되는 이유는 현재 미국 정부가 안고 있는 재정 구조의 불균형과 관련이 깊습니다.

 

2. 미국이 100년 무이자 국채를 발행할 유인과 필요성

 

미국 정부가 이런 극단적인 형태의 국채 발행을 고려할 수 있는 주요 이유는 바로 재정 적자의 장기화입니다. 팬데믹 이후 미국은 수조 달러에 이르는 경기부양책을 실시했고, 최근에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 지원법, 인프라 투자 등 대규모 지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연방정부의 부채는 34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매년 수천억 달러의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이자’라는 조건은 정부 재정을 단기적으로 크게 도울 수 있습니다. 이자비용이 없는 국채는 당장의 예산 부담을 덜 수 있어 정치적 합의가 어려운 예산 편성 과정에서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부채 상환 협상으로 인해 정부 shutdown 위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상환을 약속하고 단기적 지출 여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신용을 바탕으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특권적 위치에 있습니다. 기축통화를 가진 나라로서 외국인 투자자 수요가 지속되는 한, 장기국채에 대한 시장 수요는 어느 정도 유지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있습니다. 특히 연기금, 생명보험사 등 초장기 투자자들은 낮은 수익률이라도 안정적인 자산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정한 수요 기반은 확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3. 시장 수용성과 현실적 한계

 

그러나 100년 무이자 국채가 실제로 발행될 수 있을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시장 수용성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100년 동안 이자도 받지 못하고 단지 원금만 상환받는 구조는, 현재 가치 기준으로 매우 매력 없는 상품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누적되며, 실질 수익률이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이자 국채는 이자율 정책의 전통적인 수단과 어긋나는 점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국채는 시장금리와 연동되어 발행되기 때문에 통화정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무이자 국채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미 연준(Fed)의 정책 효과를 왜곡시킬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더 나아가, 발행 주체가 연방정부가 아닌 중앙은행일 경우에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경계가 모호해져 법적·정치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치적 반발과 국제적 신뢰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100년 무이자 국채는 일종의 ‘미래 세대에 비용을 전가하는 형태’로 해석될 수 있어, 야당이나 국민의 반발을 부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형태의 국채가 반복적으로 발행되면, 시장에서는 미국의 재정운영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신용평가사들이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명분을 제공하게 되는 것입니다.

 

100년 무이자 국채는 미국처럼 강력한 금융기반과 기축통화 보유국이 아니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금융 아이디어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이자비용을 줄이고 재정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시장 불신, 정치적 리스크 등 수많은 부작용을 안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볼 때, 100년 초장기 국채는 발행 가능성이 있지만, 무이자 형태로의 발행은 극히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국채를 다양하게 실험할 수는 있겠지만, 무이자라는 극단적 조건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편입니다. 오히려 ‘극저이자’ 혹은 ‘지연이자 지급’ 같은 변형된 형태의 국채가 시험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미국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는 점입니다. 장기적이고 책임 있는 재정관리 없이는 아무리 창의적인 채권 발행 구조도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결국 100년 무이자 국채라는 아이디어는 지금의 재정위기를 바라보는 하나의 ‘징후’ 일 수 있으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투자자들이 경계해야 할 중요한 시사점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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