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 현대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돈의 힘이 막강한 시대입니다. 의식주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직업, 결혼, 심지어 자존감까지도 돈의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람됨이나 신뢰, 공동체의 가치가 중시되었다면, 지금은 ‘얼마를 버느냐’, ‘무슨 차를 타느냐’, ‘어디에 사느냐’가 사람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개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단순히 경제적 어려움이나 경쟁의 압박만이 아니라, 인간관계의 변화, 삶의 방향, 정신 건강 등 다양한 측면에서 돈 중심 사회는 사람들의 삶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서는 돈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가 개인의 삶에 어떤 구체적 변화들을 일으키는지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려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이 변화들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가 더 균형 잡힌 삶을 고민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1. 인간관계의 조건화: "돈이 기준이 되는 관계"
돈 중심 사회에서는 인간관계조차 경제적 가치에 따라 판단되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친구, 연인, 동료 사이에서도 ‘경제 수준’이나 ‘소득’이 중요한 기준이 되며, 상대방이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따져보고 관계를 형성하거나 유지하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연애나 결혼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 심화되어, 조건이 맞지 않으면 관계가 시작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투자'로 간주하게 됩니다. '저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 내게 어떤 실익이 있을까?'라는 계산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게 되고, 진정성보다는 외적 조건이 우선되며 인간관계가 피상적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비교하고 서열화하는 경향이 강해져 감정의 깊이는 얕아지고, 외로움은 더 깊어집니다.
또한 이런 조건 중심의 관계는 갈등과 단절을 더욱 쉽게 만듭니다. 조금만 경제 상황이 나빠져도 주변에서 거리를 두거나, 반대로 경제적으로 성공하면 갑작스럽게 사람들이 다가오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이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불신과 방어적인 태도를 심어주며, 결국 깊은 관계를 맺는 데 필요한 신뢰감이 무너지는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2. 삶의 목적이 '성장'에서 '소비'로 바뀐다
돈을 중심에 두는 사회에서는 삶의 목적 자체가 변질되기 쉽습니다. 과거에는 자기 계발이나 공동체를 위한 성장, 내면의 성숙 같은 비물질적인 목표가 중요시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더 많이 갖기’, ‘더 비싸게 소비하기’가 삶의 핵심 목표로 바뀌고 있습니다. SNS에서는 명품, 여행, 자동차, 고급 주택 등의 사진이 넘쳐나며, 이를 통해 ‘나는 성공한 사람이다’라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소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 합니다. 필요가 아닌 ‘비교’와 ‘인증’을 위한 소비가 늘어나고, 실제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지출을 감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자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소비 트렌드에 휩쓸리기 쉬워, ‘현금 없는 소비’ 즉, 신용카드, BNPL(후불결제) 등에 의존하게 됩니다. 결국 경제적 스트레스와 부채가 늘어나고, 삶의 여유는 줄어들게 됩니다.
이러한 소비 중심의 삶은 개인의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소비를 통해 일시적인 만족을 얻지만, 곧 허무함과 불안이 밀려오고, 다음 소비를 향한 중독성 있는 충동이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진정한 만족이나 행복이 아니라, 남들의 시선 속에서 인정받기 위한 경쟁이 계속되는 구조는 결국 자존감 저하와 공허함을 야기합니다.
3. 직업 선택과 진로의 왜곡: "돈 되는 일만 좇는 삶"
돈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는 ‘하고 싶은 일’보다 ‘돈이 되는 일’이 진로 선택의 기준이 됩니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보다는 연봉, 직업 안정성, 사회적 지위 등을 기준으로 전공을 선택하고 직업을 결정합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직업 만족도를 낮추고, 직업 소외나 번아웃을 겪는 원인이 됩니다.
이런 풍조는 '공무원 열풍', '의사·변호사 쏠림 현상', '스타트업보다는 대기업 선호' 같은 사회적 현상으로도 나타납니다. 물론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사회 전체가 소수 직업군에만 몰리는 현상은 직업 다양성을 해치고, 창의적 인재들이 사라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특히 예술, 교육, 복지 같은 공공성과 창의성을 요하는 분야는 점점 기피 대상이 되고, 이는 사회문화 전반의 불균형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이처럼 돈 중심의 직업 선택은 개인의 삶에 있어 장기적인 불행을 낳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높은 연봉이나 안정성이 만족감을 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을 통한 성취감’이나 ‘자기다움’을 찾지 못해 허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오래 지속하면서 스트레스와 무기력감에 빠지는 이들이 증가하고, 이는 이직률 증가와 경력 단절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돈은 분명 우리 삶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돈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릴 때, 우리는 관계, 가치관, 진로, 정신 건강 등 삶의 여러 영역에서 왜곡된 선택을 하게 됩니다. 돈을 중심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소비로 삶을 증명하며, 수익만을 기준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사회는 결국 구성원 개개인을 불안하고 피상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균형입니다. 돈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돈이 우리의 삶을 전부 지배하지 않도록 스스로의 우선순위를 점검해야 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살고 있다는 확신에서 오며, 그것은 단지 통장 잔고로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돈 중심 사회는 결국 우리 모두가 만든 결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조금씩 태도를 바꾼다면, 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사회로 바꾸어 나갈 수도 있습니다. 돈보다 소중한 것들에 다시 눈을 돌릴 때, 비로소 삶의 본질이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