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정치 체제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는 단순히 권력구조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안정성과 효율성, 그리고 국민 삶의 질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요소다. 특히 대통령제와 내각제는 세계적으로 널리 채택되는 정치 제도이자, 각각 고유한 장단점을 지닌 구조다. 대한민국은 현재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갈등, 정책의 불연속성,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책임과 부담 등의 문제로 인해, 대통령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학계 일각에서는 내각제로의 전환이나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간헐적으로 제기된다. 이 시간에서는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주요 장단점을 비교하고, 한국 사회에 맞는 합리적인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1. 대통령제의 장점과 단점
대통령제의 가장 큰 장점은 행정부의 안정성과 책임소재의 명확성이다.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기 때문에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다.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걸쳐 독립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으며, 국회와는 별개의 권력 기관으로서 견제와 균형 원리를 구현할 수 있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결단력과 일관된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유리하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는 동시에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문제를 낳기도 한다. 대통령 1인에게 행정권이 집중되다 보니, 권한 남용이나 독단적 국정 운영의 우려가 있다. 또한 대통령과 국회의 정당 구성이 다를 경우 ‘여소야대’가 발생해 국정 운영이 마비되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 정치에서는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국회에 의해 좌초되는 사례가 자주 반복돼 왔다. 이 외에도 5년 단임제는 정책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대통령 개인의 인기와 이미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치 문화를 고착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즉, 강한 리더십이 장점이자 동시에 약점이 되는 구조다.
2. 내각제의 장점과 단점
내각제의 주요 강점은 협치와 유연한 국정 운영이다. 국회의 다수당이 행정부를 구성하고, 총리는 그 정당 또는 연립 정권의 대표가 되어 국정을 이끈다. 이로 인해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충돌이 적고, 정치적 타협과 협상이 제도적으로 내재화돼 있다. 여러 정당이 연합해 국정을 운영하는 구조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도 유리하다. 내각제에서는 국정 운영이 실패했을 경우 총리 불신임을 통해 정부를 신속히 교체할 수 있어, 정치적 책임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다. 또한 정권이 급격히 바뀌는 일이 드물어 정책의 일관성과 장기적 비전 수립이 수월하다. 이는 특히 교육, 복지, 산업 정책과 같이 장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내각제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내각제 역시 단점이 존재한다. 정당 정치가 미성숙한 국가에서는 정국이 불안정해질 수 있으며, 잦은 정권 교체나 연정 붕괴로 인한 혼란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이 직접 총리를 선출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처럼 다당제가 뿌리내리지 않은 정치 환경에서는 오히려 정국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3. 현실적 대안: 이원집정부제 또는 제도 보완
대통령제와 내각제는 각각 뚜렷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양자택일의 방식보다는 현실에 맞는 절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이원집정부제는 이러한 절충형 모델로, 프랑스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담하며, 외교·안보는 대통령이, 내치는 총리가 담당하는 구조다. 상황에 따라 역할 분담이 명확히 이루어질 경우, 효율성과 견제 기능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 다만 이원집정부제 역시 정치적 갈등이 조정되지 않으면 내각제와 대통령제의 단점을 동시에 가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제도 도입 이전에 국회와 정당 시스템의 성숙, 유권자들의 정치 교육, 언론의 감시 기능 등 민주주의 기반 전반의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 제도만 바꾼다고 해서 정치가 자동으로 개선되지는 않는다는 점은 수많은 국가의 사례가 입증하고 있다. 한편,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내부 보완을 통해 문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대통령 중임제를 도입해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하거나, 국회와의 협치를 유도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예: 권역별 비례대표 확대)을 통해 극단적인 양당 체제를 완화하는 방식이다. 또한 대통령 권한의 일부를 총리나 장관에게 분산시켜 행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할 수도 있다.
대통령제와 내각제 중 어느 제도가 ‘정답’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각 제도는 그 나라의 역사, 사회 구조, 정당 체계, 시민의식 등과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제대로 작동한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제의 구조적 문제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내각제로의 단순 전환만으로 그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접근일 수 있다. 정치 제도의 변화는 시스템 차원의 조정만이 아니라, 정당과 정치인의 책임 의식, 시민사회의 참여, 언론의 견제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맞물려야 효과를 발휘한다. 제도를 바꾸는 일은 시간과 사회적 합의를 요하는 중대 과제이므로, 졸속적인 개헌이나 권력 분배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각 제도의 장점을 최대한 흡수하고, 현실에 맞게 제도를 보완하며, 무엇보다도 정치 문화의 성숙을 이끄는 것이다.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이며, 결국 민주주의의 성패는 시민과 정치인의 성숙도에 달려 있다.